멈출 수 없는 ‘휴먼 미디어’의 부상...옥외광고, 다시 광고 시장의 중심으로

디지털 피로감이 일상이 된 시대다. 광고 차단 기술은 고도화됐고, 소셜미디어에서는 끝없는 스크롤 속에 수많은 광고가 소모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한 세기 넘는 역사를 가진 광고 매체가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빌보드와 교통시설, 도시 곳곳의 디지털 스크린으로 대표되는 옥외광고(Out of Home, OOH)다. 업계는 이 매체를 이제 ‘휴먼 미디어(Human Medium)’라고 부른다.
미국 옥외광고협회(Out of Home Advertising Association of America, OAAA)가 발행한 옥외광고: 휴먼 미디어 (Out of Home: The Human Medium) 보고서에 따르면, 옥외광고는 지난 4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광고 채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26년에도 주요 광고 매체로서의 성과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유되는 공간, 공유되는 경험
최근 옥외광고가 주목받는 핵심 이유는 ‘스크롤할 수 없는 매체’라는 특성에 있다. 디지털 광고처럼 차단하거나 건너뛸 수 없고, 사람들이 살아가고 이동하는 물리적 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한다는 점이다.
미국 옥외광고협회는 “옥외광고는 공유된 경험”이라며 “타임스스퀘어에서 지역의 작은 광장에 이르기까지, 옥외광고는 스크롤도, 스킵도, 차단도 불가능한 매체”라고 설명한다. 이는 단순히 노출을 넘어, 사람들의 일상 속에 각인되는 경험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성인의 약 90%가 최근 한 달 안에 옥외광고를 접했다고 답했으며, 약 80%는 지난 60일 동안 옥외광고와 어떤 형태로든 상호작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85%는 옥외광고를 ‘유용하다’고 평가해, TV나 라디오, 인쇄매체, 온라인 광고보다 높은 광고 기억도를 기록했다.
기술이 확장한 옥외광고의 역할
옥외광고는 더 이상 아날로그 매체에 머물러 있지 않다. 증강현실(AR), 위치 기반 데이터, 프로그래매틱 플랫폼 등 디지털 기술이 결합되며 정교한 타기팅과 측정 가능한 성과를 구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옥외광고는 디지털 미디어와 경쟁하기보다, 다른 채널의 효과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분의 3 이상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옥외광고와 연계된 행동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검색으로 이어졌고, 43%는 실제 온라인 구매로 연결됐다. 옥외광고가 오프라인 노출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 행동까지 촉발하는 매개체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달라진 시청자, 달라진 광고주
옥외광고의 주요 시청자층도 변화하고 있다. 가장 높은 반응을 보이는 집단은 18~34세 성인,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 가구, 그리고 아시아계·히스패닉계 미국인이다. 젊고, 구매력이 높으며, 문화적으로 다양한 이 집단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가장 집중하는 타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애플, 아마존, 구글, 맥도날드, 디즈니, 넷플릭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주요 옥외광고 광고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혁신을 강조하는 브랜드일수록, 현실 공간에서의 강력한 존재감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미국 옥외광고협회는 1891년 설립돼 현재 850개 이상의 회원사를 대표하고 있다. 옥외광고는 상업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 역할도 수행해 왔다. 회원사들은 매년 5억 달러 이상을 공익광고로 기부하며, 공공 캠페인과 지역사회 메시지 전달에 기여하고 있다.
2026년을 향한 업계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지배하는 시대일수록, 사람에게 다가가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여전히 현실 공간에서의 직접적인 만남이라는 것이다. 옥외광고가 다시 광고 시장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