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여행 플랫폼, 옥외광고 전쟁 본격화

인도네시아 관광 호황의 열기는 이제 공항과 호텔을 넘어 도시 거리로 번지고 있다. 여행 예약 플랫폼들이 옥외광고(OOH)를 무대로 치열한 가시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티켓닷컴(Tiket.com)과 북캐빈(BookCabin)은 올해 상반기에만 500억 루피아 이상을 광고에 투입하며, 인도네시아 주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전장으로 만들었다.

플레이로그 트래블 & 투어리즘 2025(Playlog Travel & Tourism 2025)에 따르면 현재 자카르타, 반둥, 수라바야, 발리 등 주요 교통 요지에 60개가 넘는 대형 빌보드가 설치됐다. 티켓닷컴은 디지털 옥외광고(DOOH)를 적극 활용해 자바 지역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며 높은 도달률과 노출 빈도를 앞세우고 있다. 반면 북캐빈은 수마트라와 발리, 중부 자바 일부 지역에서 전통적 이미지 옥외광고를 집중적으로 운영하며 일관된 브랜드 노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양사의 전략 차이는 단순한 선호를 넘어선다. DOOH는 시기별 맞춤형 프로모션을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어 성수기 여행철에 효과적이다. 반대로 정적 빌보드는 디지털 인프라가 덜 발달한 지역에서 여전히 비용 효율적인 방식으로 소비자의 기억 속에 브랜드를 각인시킨다. 티켓닷컴과 북캐빈의 경쟁은 곧 인도네시아 옥외광고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 같은 경쟁의 배경에는 업계의 급격한 성장세가 자리한다. 2025년 상반기 여행·관광 OOH 광고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한 1,105억 루피아를 기록했다. 국제 관광 광고는 6배 가까이 급증했고, 도시 간 이동 광고는 4.6배, 성지순례(움라·하지) 여행사는 3.2배 늘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1,223억 루피아 규모의 지출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8월·10월·12월이 연중 광고 집행의 정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 옥외광고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광고주들이 다시금 옥외 매체의 영향력을 확인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한 자카르타 미디어 전략가는 “OOH는 온라인 광고가 채워주지 못하는 임팩트를 제공한다. 여행 결정은 결국 현실 세계에서 시작되며, 빌보드는 소비자에게 물리적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지배력이 지역별로 나뉘는 양상은 소비자 충성도가 지리적으로 분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또한 광고비 지출이 과열될 경우, 단순한 브랜드 경쟁을 넘어 가격 할인 경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OOH가 인도네시아 여행 산업에서 핵심 전략 수단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티켓닷컴과 북캐빈의 빌보드 전쟁은 단순한 도시 미관의 장식이 아니라, 앞으로 인도네시아인과 해외 관광객이 어떤 경로를 선택할지를 좌우할 중요한 승부처다. 올해 하반기 경쟁의 성패는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쪽이 아니라, 소비자의 여행 행동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쪽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