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H의 본질을 이해한 기업, WEG가 보여준 ‘존재의 전략’
브라질 산업계에서 WEG만큼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기업은 드물다. 산타카타리나주에 본사를 둔 WEG는 연 매출 400억 헤알을 상회하며, 전 세계 시장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산업 기업이다. 기술과 혁신을 바탕으로 전동기, 에너지, 자동화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 기업은, 압도적인 사업 규모에도 불구하고 옥외광고(Out-of-Home, OOH)의 가치를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

공장 인근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시선을 붙드는 장면이 등장한다. 거대한 페인트 통이 마치 색을 쏟아내는 듯 기울어진 형태로 공장 외벽에 설치돼 있다. 이동 동선의 한가운데, 의도적으로 설계된 이 장면은 단순한 장식이나 조형물이 아니다. 명확한 목적과 전략을 가진 OOH다.
WEG Tintas는 산업 시설이라는 물리적 자산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매체로 전환했다. 별도의 전통 미디어 집행 없이도, 해당 공간은 매일 수천 명에게 노출되며 강력한 브랜드 인상을 남긴다. 공장은 생산의 공간을 넘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가 되었고, 일상의 이동은 자연스럽게 브랜드 경험으로 바뀌었다.
이 사례는 최근 OOH 업계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OOH 시장에서는 매체 수 확대와 가격 경쟁이 반복되며, 강력한 미디어였던 OOH가 점차 ‘상품’처럼 취급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략과 맥락은 뒷전으로 밀리고, 평방미터당 단가 경쟁만이 남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OOH가 가진 본질적 가치인 임팩트와 의미는 희석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중동, 한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OOH가 단순한 광고 지면을 넘어 도시 경험이자 건축, 그리고 서사적 장치로 진화하고 있다. 이른바 ‘빌보드 전쟁’으로 불리는 상징적 프로젝트들은 OOH가 도시의 일부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장소와 흐름,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 결과다.
WEG의 선택은 이 같은 변화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OOH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매체가 아니라, 올바른 장소에 올바른 방식으로 존재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클릭으로 차단할 수 없고, 실제 사람들이 머무르고 이동하는 공간에서 작동하는 OOH는 더 이상 미래의 미디어가 아니라 ‘현재의 미디어’다.
앞으로 OOH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도 명확하다. 양적 확장보다는 큐레이션과 기획이 중요해지고, 공간 판매를 넘어 가치와 존재감을 구축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OOH의 미래는 더 많은 자산을 가진 주체가 아니라, 도시와 사람, 흐름과 이야기를 이해하는 주체가 결정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