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자정의 착시…실시간 공공 전광판이 던진 메시지의 역설
지난 새해 첫날 자정, 미국 뉴욕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연출됐다.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가 운영하던 한 디지털 전광판의 숫자가 0으로 바뀌는 순간, 현장에 모여 있던 시민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 숫자는 새해 카운트다운이 아니라, 연간 심장질환 사망자 수를 실시간으로 집계해 보여주던 이른바 ‘사망 카운터’였다.


해당 전광판은 미국심장협회가 심혈관 질환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한 공익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누적되는 사망자 수를 숫자로 시각화해왔다. 하지만 새해 자정을 기점으로 시스템이 자동 초기화되며 수치가 0으로 리셋되자, 현장에서는 잠시나마 ‘사망자가 사라진 듯한’ 착시가 발생했다. 이 장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캠페인은 본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주목을 받게 됐다.
온라인에서는 “순간의 오해가 만들어낸 역설적인 환호”라는 반응과 함께,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한 공공 메시지가 얼마나 섬세한 맥락 설계를 요구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광고 및 미디어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두고 실시간 데이터 기반 옥외광고가 갖는 양면성을 지적한다. 숫자와 데이터는 강력한 시각적 임팩트를 제공하지만, 그 해석이 특정 시점이나 상황과 맞물릴 경우 메시지가 왜곡될 위험도 함께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사망자 수, 재난 통계, 건강 지표처럼 민감한 데이터를 다룰 때는 ‘언제, 어떤 맥락에서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사전 설계가 캠페인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해프닝은 옥외광고가 단순 노출을 넘어 실시간 스토리텔링의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타이밍 하나가 캠페인의 의미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남았다. 의도치 않게 등장한 새해의 ‘0’은, 공공 메시지를 담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윤리와 맥락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