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닷컴·구글 보고서, 여행은 이제 여행자 정체성과 연결의 여정

2025년의 여행은 더 이상 단순한 ‘탈출’이 아니다. 이제 여행은 개인의 정체성과 감정, 그리고 디지털 영향력을 반영하는 하나의 거울로 진화하고 있다. 트립닷컴그룹(Trip.com Group)과 구글(Google)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Why Travel?’에 따르면, 현대 여행자들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여정’을 추구하며, 문화·공동체·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여행의 목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늘날 여행은 ‘자기표현의 무대’로 변모하고 있다. 기념품 대신 현지의 문화를 배우는 ‘스킬비니어(skillvenirs)’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요리, 와인, 공예 등 배움을 동반한 체험형 여행이 증가하면서 단순한 소비보다 ‘경험의 축적’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미식(美食)을 중심으로 한 여행 예약은 전년 대비 43% 증가했으며, 홍콩·싱가포르·한국·일본 여행자들의 비중이 높았다. 동시에 패션과 SNS의 결합으로 ‘패션 투어리즘(Fashion Tourism)’이 급성장하며, 서울과 상하이는 각각 전년 대비 319%, 864%의 관심 증가율을 보였다.
여행의 목적도 점차 ‘자기발견’으로 옮겨가고 있다. 보고서가 제시한 ‘디스커버리케이션(Discovery-cation)’은 치유와 회복, 그리고 의미 있는 체험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여행 유형이다. 일본 다도(茶道) 체험 검색량은 전년 대비 53% 증가했고, 사파(Sapa)나 밴프(Banff) 같은 자연 속 힐링 여행지 예약도 두 배 이상 늘었다. 또한 세계 최초의 탄소 네거티브 국가인 부탄으로 가는 항공 예약은 7배 급증하는 등 지속가능한 여행이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웰니스(Wellness)는 이제 사치가 아닌 ‘여행의 핵심 동기’로 떠올랐다. 스파 여행 검색량은 140% 증가했고, ‘올 인클루시브 스파(all-inclusive spa)’는 250% 폭등했다. 최근에는 운동과 힐링을 결합한 ‘스웻 앤 스파(Sweat & Spa)’ 여행이 각광받으며 삿포로와 레이캬비크 등 자연 온천지의 항공 예약이 각각 62%, 25% 늘었다. 일본의 노보리베츠나 조잔케이 온천 같은 ‘소악케이션(Soakcation)’ 여행지도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여행은 다시 ‘함께하는 경험’으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콘서트를 중심으로 한 ‘스테이지케이션(Stagecation)’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급부상했다. 응답자의 63%가 이미 공연 관람을 위해 해외여행을 다녀왔으며, 66%는 앞으로도 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마카오, 멜버른, 싱가포르는 음악과 숙박, 관광이 결합된 대표적 공연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하이록스(Hyrox) 같은 글로벌 피트니스 대회와 마라톤 등 ‘스포츠 여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여행이 개인적 즐거움을 넘어 공동체적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술은 이제 보이지 않는 ‘여행 파트너’다. 인공지능(AI) 기반 여행 도우미 ‘트립지니(TripGenie)’의 이용자는 전년 대비 242% 증가했으며, 구글에서 ‘여행 계획 도움(Help planning my trip)’을 검색한 건수도 190% 늘었다. 더 나아가 ‘우주 여행(space travel)’에 대한 관심은 무려 672% 급증했고,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Sphere)나 도쿄의 이머시브 포트(Immersive Fort) 같은 몰입형 체험 콘텐츠는 각각 4,000% 이상 예약이 증가했다.
결국 이번 보고서는 ‘여행의 본질은 목적지가 아니라, 그곳에서 가져오는 이야기’라고 결론짓는다. 문화와 공동체, 그리고 웰니스가 핵심 동기로 자리한 지금,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삶의 태도’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