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광고매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주인공이 되다.
디지털 시대, 다시 주목받는 가장 오래된 광고 매체 ‘옥외광고’

한때 구시대의 유물로 여겨졌던 옥외광고(OOH)가 디지털 전환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팟캐스트 The Economics of Everyday Things 에서 클리어채널아웃도어(Clear Channel Outdoor)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댄 레비(Dan Levi)와 미국옥외광고협회(OAAA) 회장 안나 바거(Anna Bager)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광고 매체’가 어떻게 기술과 데이터를 결합해 다시 주목받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였던 레비는 처음에는 옥외광고 업계의 영입 제안을 거절했다. 모바일과 온라인이 중심이던 시대에 옥외광고는 낡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21세기에 옥외광고를 다시 태어나게 하라”는 미션에 매료되어 결국 업계에 합류했다. 지금 그는 6만 개가 넘는 광고면을 운영하며 글로벌 브랜드와 지역 광고주를 연결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전역에는 약 35만 개의 정적 빌보드와 3만 개 이상의 디지털 빌보드가 설치돼 있다. 겉보기에는 여전히 고속도로 옆 대형 간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교한 데이터 인텔리전스와 기술이 작동하는 복합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모바일 위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지역을 지나는 사람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광고를 언제 어디에 노출할지를 실시간으로 결정한다. 예를 들어 커피 브랜드는 ‘스타벅스 방문자 비중이 높은’ 구간을 중심으로 광고를 집행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같은 데이터 기반 접근은 온라인 광고의 프로그래매틱 방식과 유사하다. 디지털 옥외광고(DOOH)는 이제 실시간 경매를 통해 자동으로 광고를 거래한다. 한 개의 전광판이 8초 단위로 최대 8개의 광고를 교차 송출하며, 상황에 따라 콘텐츠가 즉각적으로 변경된다. 추운 날씨에는 따뜻한 음료 광고가, 퇴근 시간에는 영화 예고편이 자동으로 전환되는 식이다.
안나 바거 회장은 “디지털 시대가 오히려 옥외광고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신문이나 케이블TV 등 전통 매체가 침체하는 동안 OOH는 오히려 성장세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고객이 자연스럽게 접촉하는 매체’라는 점이 강점이다. 소비자는 광고를 건너뛸 수 없고, 자연스레 시야에 들어오는 간판은 일상 속에서 브랜드를 반복적으로 각인시킨다.
최근 OOH는 디지털 매체와의 연계를 통해 미디어 믹스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연결된 TV(CTV), 소셜미디어, 모바일 광고와 실시간으로 연동돼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미디어 플랜에 OOH를 추가할 경우 단기 캠페인 투자수익률(ROI)이 두 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서 사용된 짧은 영상 콘텐츠를 쇼핑몰이나 공항의 디지털 스크린에 재활용함으로써 온라인 캠페인의 확장 효과도 거두고 있다.
물론 업계의 진입 장벽은 낮지 않다. 고속도로 대형 빌보드 하나를 설치하는 데 10만 달러 이상이 들고, 뉴욕 타임스스퀘어나 LA 선셋스트립 같은 핵심 입지는 월 임대료가 수십만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정적 옥외광고 매체의디지털 전환과 AI 기반 타기팅이 확산되면서, OOH는 단순한 노출 매체를 넘어 성과 중심의 ‘측정 가능한 미디어’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낡은 매체’로 여겨졌던 빌보드는 디지털 인텔리전스를 입고 다시 살아났다. 물리적 존재감과 데이터 기술이 결합하면서, 조각난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브랜드 메시지를 가장 강력하게 전달하는 수단임을 입증하고 있다.